
리더의 이미지가 달라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리더는 혁신적이고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 성공을 이끄는 역할로 여겨졌습니다. 수많은 리더십 책과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고, 특히 2030세대 사이에서도 롤모델로 주목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리더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책임은 크지만 보상은 부족한 자리, 스트레스를 떠안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리더가 되길 꺼리는 '리더 포비아(leader phobia)'라는 사회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학내일20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리더 역할을 맡지 않아도 괜찮다는 반응은 불안하다는 응답보다 두 배 이상 많았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로버트 월터스(Robert Walters)의 2024년 보고서에서는 Z세대의 52%가 중간관리직을 거부하고, 72%가 타인을 이끄는 것보다 자신의 커리어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시대 변화가 만든 리더 기피 현상
리더를 기피하는 분위기는 최근 들어 두드러졌지만, 그 흐름은 이미 2010년대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017년에는 총학생회장이나 기업 팀장, 아파트 동대표 등 리더 자리를 기피하는 현상이 언론을 통해 지적되었고, 2019년에는 승진에 관심이 적은 밀레니얼 세대가 주목받았습니다.
팬데믹 이후 리더 기피는 하나의 사회적 트렌드로 확산됐습니다. 유연근무제와 원격근무가 일반화되며 '조직 중심 커리어'보다 '개인 중심 경력'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한 조직에서 오래 일하며 위로 승진하는 방식보다, 스스로 일의 방향을 설정하고 유연하게 커리어를 설계하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또한 리더는 책임이 무겁고, 일은 많지만 보상이 그에 비례하지 않는 자리라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팀장의 스트레스와 리더십 부담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Z세대는 그런 역할에 대한 선입견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리더 교육 없이 덜컥 책임지는 구조
리더로서의 부담은 대부분 '준비 없이 승진'하는 구조에서 비롯됩니다. 대부분은 직원으로 일하다가 리더가 되는 과정을 거치지만, 승진과 동시에 팀을 이끄는 역할까지 맡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버트 월터스 리포트에 따르면 영국 중간관리직의 3분의 2가 리더십과 관련한 공식 교육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는 리더로서 성과를 이끌거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리더를 맡는다는 것은 곧 부담과 불안을 의미하게 됩니다.
새로운 리더십 모델이 필요한 시대
리더라는 단어는 원래 '여행하다(lithan)'에서 유래한 말로, 함께 길을 안내하고 동행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구성원을 통제하고 일방적으로 성과를 강요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고 사람들과 함께 성장을 만들어내는 존재인 것입니다.
그러나 기존 조직 문화는 리더를 '일 잘하는 관리자', '성과 중심 감독자' 정도로 인식해왔습니다. 과거 경제 호황기에는 이런 리더십 모델이 어느 정도 효과를 냈을지 몰라도, 지금은 다릅니다.
지금의 소비자와 구성원은 모두 의미 있는 가치를 추구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 그 자체보다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구성원들에게도 조직의 존재 이유와 철학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하며, 리더는 그 중심에서 공감과 신뢰를 기반으로 팀을 이끄는 존재로 변화해야 합니다.
조직 문화의 변화가 먼저다
많은 기업이 여전히 리더에게 과거와 같은 리더십을 요구합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높은 성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방식이 여전합니다. 이 같은 방식은 새로운 세대와의 괴리를 더 크게 만듭니다.
윤정구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리더십 패러다임 없이 과거의 성공 경험을 그대로 강요하는 것이 오늘날 리더 포비아 현상의 본질이다.” 지금은 단순히 보상을 늘리거나 승진을 보장해주는 것만으로는 리더십 위기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조직은 리더의 의미를 재정립해야 하며, 리더십을 하나의 기술로 인식하고 교육할 수 있어야 합니다. 리더가 될 준비를 단계적으로 도와주고, 고민과 불안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와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리더 포비아는 회피가 아니라 현실 감각의 반영
2030세대가 리더를 기피하는 이유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적인 판단을 통해 과거와는 다른 리더의 모습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합니다. 그에 걸맞은 리더십 모델과 조직 문화가 함께 뒷받침될 때, 이들은 다시 리더가 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가 리더가 되느냐’보다 ‘어떤 리더가 필요한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입니다. 새로운 리더십 패러다임을 만든 조직만이 변화에 적응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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